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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생산자들이 지녀야 할 태도

‘훅(Hooked) - 습관을 만드는 신제품 개발 모델’ 중에서.
11월 21일 월요일, 정종구 변호사님께서 XREAL에서 메타버스와 법률적 쟁점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해주셨습니다. 정종구 변호사님께서는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변호사이시면서 SNU AI Policy Initiative 연구원을 역임하고 계십니다. 더불어 지난 10월에 메타버스의 법적 쟁점과 대응 방안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대한변협 학술대회에서 “국내 메타버스 법학 연구의 분석 및 평가”에 대해 발표하셨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변호사님께서는 현재 메타버스라는 영역에서 대두되고 있는 쟁점들에 대해 XREAL 학회원들에게 소개해주시고 이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덕분에 메타버스 생산자들이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와 그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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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하는 일 중 하나는 규제 대응으로, 규제기관의 규제가 발생했을 때 피-규제자 입장에서 정책 혹은 규제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곤 합니다. 실제로 2021년 12월, 법무법인 화우는 기업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여 기업 성장을 돕는 취지의 정책분석 TF를 꾸렸습니다. 기업이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과 규제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경제의 현주소를 파악해 올바른 경영 방향성을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에서 기인한 것인데요. 기업들은 중대재해법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과 같은 법률·규제의 변화는 물론 ESG 등 바뀐 경영환경도 고려해야 합니다. 플랫폼, AI, 블록체인 등 급격하게 변화하는 신사업 분야 역시 고려 대상이 됩니다. 변호사들은 관련 규제들에 대해 해석을 하기 위해 "정의 규정"을 포함한 법령을 살펴보게 됩니다. 정의 규정이란, 그 법령 중에 쓰이고 있는 용어의 뜻을 명확하게 정하는 규정을 의미합니다[2]. 정의 규정의 제정을 통해서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나타나는 의문점을 없애고 법적 분쟁을 미리 예방함으로써 일관성 있게 법령을 집행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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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메타버스에 대한 사회 통념적인 의미는 아직 분분합니다. 전문가들도 메타버스의 정의를, ‘메타(Meta)’와 현실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라는 정도만 공통으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Meta처럼 VR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은 VR 기반 가상 세계를 메타버스라고 봅니다. 하지만 VR을 기반으로 해야만 메타버스로 지칭되는 건 아닙니다. ZEP은 2D 도트그래픽이 특징이고, Zepeto와 ifland는 3D 기반입니다. 온라인 가상 세계에서 경제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좁은 의미의 메타버스’가 있는 반면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면 메타버스로 보는 ‘넓은 의미의 메타버스’도 있죠. 심지어 최근에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인터넷 이용 방식이나 Web 3.0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가상을 의미하는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메타버스를 법적으로 정의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의 규정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아직 규제가 존재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버스 생산자들의 의식이나 의도가 소비자(사용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특히 메타버스라는 영역에서 생산자들의 태도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프로덕트를 넘어 사용자들이 몰입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은 생산자들의 의도에 따라 사용자들을 조종하는 일이기도 하며, 그들의 행동을 넘어 습관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덕트 메이커의 입장에서 "내가 이것을 시도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 틀을 하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조종 매트릭스(Manipulation Matrix)입니다. 매트릭스의 두 축은 "나라면 이 제품을 사용하겠는가?""이 제품이 사용자의 생활을 물질적으로 개선해주는가?"라는 질문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에 따라 생산자를 조력자, 장사꾼, 엔터테이너, 마약상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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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생활을 물질적으로 개선해주면서 자신도 직접 제품을 사용한다면 그 생산자는 "조력자"로 분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힘쓰는 사람들이죠. 조력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파타고니아의 오너 이번 쉬나드를 들 수 있을 텐데요, 그는 훌륭한 사용성과 함께 암벽을 훼손하지 않는 초크를 만들어 직접 사용했습니다.
조력자와 유사하게 사용자의 생활을 개선해줄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생산자도 있는데요, 그들을 "장사꾼"이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자신이 문제를 직접 겪지 않고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하고 통찰을 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제품을 판매한다면 결국은 시장에서 소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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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조력자와 장사꾼 유형과 달리 사용자의 생활을 물질적으로 개선해주지 않지만, 제품을 개발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중 생산자 자신이 사용할 제품을 즐거움을 목표로 개발하는 사람들을 "엔터테이너"라 칭하곤 합니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유희를 추구해왔습니다. 다만 이는 순간적이라 사용자의 생활 속에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곤 합니다.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인간을 자극하고 이 욕구를 지속해서 충족시켜 줘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빠르게 제품을 생산해 제품이 인기를 끌 때 시장에 곧바로 출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배급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엔터테이너와 달리 자신도 사용하지 않을 제품을 생산하는 사람들 "마약상"이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오직 사용자들을 중독시켜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들입니다. 안전장치가 없는 새로운 기술의 대두와 진보는 점점 사용자들을 위험하게 만듭니다. 정의조차 되지 않은 메타버스 생산자들은 항상 내가 마약상에게 해당하지 않는다고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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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디지털 디바이스 사용에 대한 강박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몰입감이 극대화되고 경제활동까지 가능한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한다면, 더더욱 이러한 강박과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가상 인간 상호작용연구소 소장 레미 바일렌슨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사람들이 메타버스 생활을 더 선호하게 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현실 세계에서 길러야 하는 능력들을 개발하지 않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만 소비자 기기 제조사 HTC가 중국 전매 대학교 연구팀은, VR 게임이 일반 PC 게임보다 사용자의 중독 위험이 44% 더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결과는 몰입감이 넘치는 3D 게임이 뇌에 흥미를 더 자극하는 것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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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메타버스 환경 속에서 생산자들은 돈만을 좇으며, 사용자의 생활을 물질적으로 개선해주지 못하고 자신도 사용하지 않을 제품을 생산하는 메타버스 속 “마약상”이 되지 않기 위해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아직 법적 규제가 존재하기 어려운 메타버스 특성상, “마약상”에 의해 생산된 무분별한 콘텐츠들은 통제되기 어려울 것이며, 이는 지속 가능하며 바람직한 메타버스의 성장에 큰 제약이 될 것입니다. 메타버스 시대 속 선구자가 될 XREAL은 앞으로 산업의 방향을 결정할 수도 있는, 메타버스에서의 생산자 역할과 생산될 콘텐츠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작성자: 김채연, 허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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