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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G와 메타버스

벽돌같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던 1G, 한손에 들어오는 휴대폰으로 전화와 문자를 하던 2G를 지나 iPhone의 등장을 필두로 ‘모바일 인터넷’의 3G 시대가 열렸다. 영상통화가 가능해지고, SNS가 하나둘 등장함에 따라 3G는 확산되었고 인터넷은 인간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모두가 모바일 인터넷을 필요로 했던 것은 아니며, 초기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크게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비싼 스마트폰을 구매하여 비싼 통신 요금을 지불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3G가 쏘아 올린 변화의 가능성은 그로부터 몇 년 후, ‘초고속’을 특징으로 하는 4G의 보급과 함께 무한히 확장하게 되었고, 모바일 인터넷은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2021년을 끝으로 국내 모든 이동통신사의 2G지원이 종료되면서, 우리는 완전히 4G로 넘어갔다. 국내 4G 가입자 수는 2017년에 이미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80%를 차지, 4G 트래픽은 전체 데이터 트래픽의 99% 이상을 차지했다.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에 힘입어 ‘스트리밍’이라는 소비 패턴이 활개치게 되었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영상으로 소통하는 시간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간의 소통은 그 형태도, 범위도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5G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면, ‘지금도 충분히 빠른데 더 빨라서 뭐하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수 있다. 그러나 4G에서 5G로의 진보는 단순히 주파수 대역이 높아져 데이터 전송 속도가 몇십 배로 빨라지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지금껏 네트워크에 있어 세대(Generation)의 교체 경계면에서는 혁신과 정착의 세대가 번갈아 나타났다.
1G로 시작된 ‘무선 전화’라는 개념은 2G를 통해 많은 소비자에게 안정적인 무선 전화 및 부가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의 삶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인간은 전화와 멀티미디어, 인터넷을 하나의 기기로 통합해버리며 혁신의 3G로 진입한다. 3G에서 시작된 ‘영상’의 가능성은, 빠른 속도의 4G 네트워크를 만나 현재 그 가능성을 무한하게 꽃피우고 있다. 즉, 기술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수용되고 나면 인간의 삶이 뒤이어 바뀌는 것이다. 이 패턴대로라면, 5세대의 네트워크는 인간의 삶과 소통 방식에 또 한번의 혁신이 일어났을 때 비로소 진정한 진화를 이룩하게 된다. 단순히 4G보다 빠르다고 5G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많은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시기는 한 단계 더 기술적 진보가 일어난, 6G가 완전하게 정착되었을 때일 것이다.
네트워크 자체만으로 5G는, 한국의 경우 이미 201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아직 5G는 실생활에 들어와 있지 않은데, 이는 앞서 언급한 ‘혁신’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즉, 5G를 기반으로 수많은 사용자를 매혹시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이 아직 없다.
5G는 4G 대비 20배의 속도를 자랑하는 주파수대역을 특징으로 하지만, 송수신 거리가 짧기 때문에 기지국을 보다 많이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에 큰 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현재 이동통신 3사의 5G 기지국 구축은 가까스로 의무 기준 수를 넘기는 수준이거나 그 아래인 상황으로, 작년 말 정부는 기지국 구축 조건 불이행을 이유로 28GHz 대역에 대한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거나 축소하였다. 이는 사상 초유의 주파수 할당 취소 사태로, 5G에 대한 이동통신사들의 주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과연 5G의 기술적 배경에서 새롭게 가능해져 전세계인들의 소비 심리를 동요시키며 진정한 5G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컨텐츠는 무엇일까? 정확히 예견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통과 만남이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활성화된 지금, ‘메타버스’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사실 ‘메타버스’의 개념 자체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이고, 최근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그 개념을 인간의 상상에서와 같은 모습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XR’과 ‘디지털 트윈’,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IoT, 클라우드, AI등의 기술 발전에 의한 것이므로 이 기술들이 5G/6G를 만났을 때 내는 시너지 효과가 바로 그 변화의 근간이 될 것이다.
몰입감 있는 XR은 자연스러운 가상의 ‘공간’을 구현하고 사용자가 그 속에서 어색함 없이 3D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때, 영상과 같은 컨텐츠의 일방적인 다운로드/업로드 방식과는 달리 XR에서는 사용자가 그 속에서 어느 방향을 응시하고 어떤 행동을 할 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모든 사용자 입력에 대한 반응이 있어야 한다. 또한 모든 것은 3차원 좌표계에서 이루어지며, 출력은 3D 영상으로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모든 면에서 연산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사용자 단말기에 컨텐츠를 내려받는 과거의 다운로드 방식으로는 XR컨텐츠를 감당할 수 없으며, 클라우드 서버에 기반한 ‘스트리밍’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 때, 사용자가 보낸 신호와 그에 대한 반응 사이의 간격인 ‘지연시간(latency)’은 장시간 착용에도 편안한 사용감의 핵심이다. 5G는 ‘초저지연’을 표방하는데, 이는 기존의 수 십 ms에 달하는 지연시간을 1ms 수준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 6G라면 이 시간은 더욱 줄어들 것이고, 그 즈음에는 메타버스가 인간의 주요 소통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또한 5G는 ‘초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점점 지능화되고 있고, 이제는 스마트폰 외에도 수많은 스마트 기기들이 확산되고 있다. 5G에서는 4G대비 100배 높아진 트래픽 전송량을 기반으로 1km²당 접속 가능한 스마트 기기가 100만 대로 대폭 늘어난다. 이는 스마트홈,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 등 지금도 존재하긴 하지만 보편화되지 않아 완전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사물 인터넷에 기반한 디지털 트윈이 꽃을 피울 수 있는 근간이 될 것이다.
이렇듯 현재 조금씩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이 변화의 씨앗들이 구체적인 재화나 서비스의 출범으로 이어진다면 우리의 네트워크는 5G로의 성공적인 변화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뒤이은 6G에서 인간의 삶은 완전히 바뀐 모습으로 존재할 것이며 그 배경은 메타버스가 될 것이다.
(작성자: 김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