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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한다고?

이전에 세계적인 미술 경연 대회에서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이 1위를 했단 사실을 소개했던 걸 기억하시나요? 해당 사건 이후 불과 1년이 지나지 않은 현 시점, 예술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찬반논쟁은 더욱 활발해진 상태입니다.
이런 와중에, 화두에 오른 또 하나의 사건이 있습니다. 지난 4월 17일, 국제 사진 대회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프 어워드’의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1위를 수상한 작품의 작가가 해당 작품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해 만들어낸 이미지임을 고백한 뒤 수상을 거부하였던 것이죠.
실제로 해당 작품은 직접 찍은 사진과 구별하기 어려워 보이는데요, 다큐멘터리 사진과 흡사하지만 사실은 생성형 AI를 통해 제작된 이미지였습니다. 작가 보리스 엘다크센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작품에 대한 개방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고자 이미지를 출품했다고 밝혔습니다.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크리에이티브 부문 수상작 보리스 엘다크센의 ‘위기억: 전기기술자(Pseudomnesia: The Electrician)’ 중 ‘전기공(The Electrician)’ 출처 : 이미지 출처 : Boris Eldagsen https://www.eldagsen.com/pseudomnesia/
고도의 인공지능 기술로 생성된 작품과 창작물은 높은 퀄리티의 아웃풋을 보여주며 다양한 디자인 직종에 속해있는 아티스트들에게 실존적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더 웨이브 2023 _ 추유진 [생성 AI가 엔터테인먼트 예술 산업에 미치는 영향] 연사소개 이미지
실제로 지난 6월 코엑스에서 열린 [더 웨이브 서울 2023]에서 헐리우드의 컨셉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추유진 디자이너는 “많은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 컨셉 아티스트들의 자리가 AI로 인해 위협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팽배해 있다”고 입장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은 디자인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렇다면 실제로 이런 생성형 AI 기술은 어느정도까지 발전해있으며, 현재 현업에서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인공지능(AI)이 이런 것 까지 할 수 있다고?

이미 1년 전부터 화제가 되면서 많은 전문가들과 일반인에게까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AI 이미지 생성기’에는 미드저니(Midjourney), 달리(DALL-E),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과 같은 모델들이 있습니다.
DALL-E2 explained
사용자가 직접 다양한 키워드를 포함한 텍스트를 모델에 입력하면 이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생성해줍니다. 사용자는 제공된 샘플이미지에 variation을 줄 수도 있고, 원하는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프롬프트를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DALL-E2 explained
이 밖에도 AI 이미지 생성기 모델은 이미지 후보정, 캔버스에서 특정 요소 제거, 이미지 외 영역 복원 등의 기능을 제공하며, 인간지능에 비교하였을 때 매우 빠른 속도로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달리와 미드저니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전 뉴스레터를 참고해주세요!
이 밖에도, 생성형 AI의 보급과 확산으로 인해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AI 디자인 툴과 웹사이트들이 점차 발전하고 있습니다.
D-ID 소개 영상
D-ID 소개 영상
D-ID는 AI를 활용하여 이미지, 아바타 등 가상 인물이 말하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아바타와 목소리를 선택하고, 스크립트를 입력하기만 하면 단 몇초만에 실제와 유사한 표정 묘사와 이질감 없는 호흡과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지닌 개인 맞춤형 AI 아바타 영상을 생성해냅니다.
Namelix는 매력적인 브랜드명과 이에 걸맞는 로고와 브랜드 색상을 생성해주는 AI 기반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사이트에 접속 후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는 키워드를 입력하고 네임 스타일을 설정해주면 다양한 네이밍과 디자인을 제공합니다.
Blockade Labs에서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uion)을 이용하여 360도 공간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서비스를 오픈하였습니다. 3D 공간에 간단한 가이드라인을 그리거나 원하는 공간에 대한 키워드를 포함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이에 맞춰 높은 퀄리티의 360도 파노라마 결과물을 생성합니다. Digital Painting 기능을 통해 원하는 화풍으로 쉽게 변환이 가능하며, 새로 접목된 ‘remix’ 기능을 활용하여 배경 전환 없이 원하는 이미지를 입혀 skybox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실제 현업에서는 인공지능(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지난 2022년 7월 출시된 나이키와 프랑스 패션 레이블 자크뮈스(Jacquemus)의 콜라보는 편안하고 어디에나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인스타그램에서도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후 디자이너 마르코 시모네티(Marco Simonetti)는 두 브랜드의 특색이 합쳐진 모든 제품들이 모두 인공지능(AI)로 만든 가상의 결과물이라고 밝히며 또 한번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AI와 협작하여 실질적인 제품 디자인 과정을 거치고, 이러한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는 사실은 패션산업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자아냈습니다.

인공지능이 디자인 산업에 미친 영향과 끊임없는 찬반 논란

생성 AI는 디자인 업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

전문가들은 AI의 도입은 디자이너들이 독점하던 분야에서 스킬적인 격차를 크게 줄여 혁신과 발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익히고 체득해야 했던 기술을 AI를 통해 자동화한다면, 기본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하여 작업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미지 안에 특정 요소의 추출 및 변환, 특정 색감 적용과 같은 초기 단계 작업을 인공지능에게 맡긴다면, 보다 높은 퀄리티의 작업물을 더욱 빠른 시간 안에 제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AI를 활용해 단 1초만에 피사체의 외곽선을 딸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이러한 단순 작업을 대신하면, 디자이너들은 보다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디자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는 프로젝트 완료 기간을 현저히 단축시키며, 디자이너들이 창의적인 작업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계속되는 우려의 목소리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보입니다.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수작업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된다면, 기존에 해당 업무를 도맡아 해오던 전문 디자인 업체와 컨설팅 업체,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설 곳을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디자이너의 업의 장벽이 낮아져 비 디자이너들도 AI를 활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어, 디자이너의 필요성이 예전만큼 강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크몽(비즈니스 전문가 연결 플랫폼) 웹사이트 이미지.
이미 다수의 베테랑 컨셉 아티스트들은 AI로 인한 실직에 대한 불안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기존 디자인 업체에서는 이미 아트팀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AI 기술은 정말 디자이너를 대체할 수 있을까?

AI 기술의 한계

아직 현재까지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된 창작물의 완성도에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술은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 형태를 표현한 삽화 창작물에서는 눈동자나 손가락과 같은 디테일이 누락되거나,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프롬프트만을 직관적으로 이해해 원하는 형체를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Adobe Firefly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가 누락되거나 비정상적인 눈동자 등이 확인된다.
누리꾼들이 SNS에 업로드한 ‘그림 인공지능’으로 출력된 연어 이미지들. 인터넷 사진 갈무리
현업에서는 실제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더라도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테일을 수정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지속적인 보정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원하는 결과를 단 한 번의 시도로 얻는 것은 매우 드물며,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에 여전히 디자이너들은 직접 작업을 통해 창작물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 합니다.
이에 현업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더라도, 최종 단계에서 숙련된 전문가의 인간 지능을 활용한 검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차별화된 감각 한스푼의 부재

디자인의 퀄리티와 가치를 결정하는 두 가지 지표엔 사용성과 심미성이 있습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인공지능은 사용자 경험의 측면에서 더 뛰어난 성능과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해결되지 않는 인공지능의 한계는 심미성이라는 영역입니다.
‘개인의 개성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통로’라는 관점에서 예술을 해석한다면,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된 인공지능의 결과물은 디자이너 개인의 역량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이 현업 종사자들의 의견입니다.
인간의 감각을 텍스트(프롬프트)로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야하는 분야에서는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요구되는 만큼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융합된 결과를 도출해내는 인공지능이 아직은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소위 ‘흔치 않은’ 디자인을 창조해야 하지만, 이는 이미 ‘흔치 않다’는 점에서 학습 데이터의 양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음이 암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과제이며 AI 도구를 사용하면 오히려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가능성은 열려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디자인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직 발전 초기에 있는 만큼 결과물이 완벽하진 않지만, 퀄리티를 끌어올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실생활 적용이 다양한 프로덕트의 퀄리티를 두 가지 수준으로 도약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첫째로 충분히 우수하고 적당한 퀄리티를, 둘째로는 매우 탁월한 퀄리티를 의미합니다.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인해 상향 혹은 하향 평준화된 디자인 산업은 뛰어난 역량을 갖추지 못한 디자이너들에게는 기회 제공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인공지능의 부상과 함께 디자인 산업 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에서는 직무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산업의 발전에는 언제나 그에 따른 변화와 대가가 따르는 법인 만큼, 변화를 직시하지 않고 현재의 방식만을 고수한다면 어떠한 분야든 도태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어떤 이들은 기하급수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고도화된 인공지능은 디자이너의 업을 모두 대체할 것이라 주장하고,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련된 전문 디자이너들의 입지는 더욱 굳어질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