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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테크⚖️가 불러온 법적 쟁점은?🤔

여러 산업에서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법률서비스 시장에서도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된 리걸테크(legaltech)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리걸테크는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정보통신기술 및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선보이는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승소 사례가 축적되어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분석을 통해 사건의 승소율을 산출할 수 있습니다. 또 일반인을 위해 법률자문과 판결문 검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며, 법률 전문가를 위해 계약서 작성과 법무 업무를 도와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이러한 변화가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률 분야는 타 분야와 달리 공공성이 강해 규제가 엄격합니다. 기존의 변호사 윤리와 부딪히기도 하며, 변호사의 입장에서 리걸테크 플랫폼은 변호사 직역을 침해하는 존재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예시로 최근 리걸테크 플랫폼 ‘로톡(Law Talk)’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의 갈등은 오랜기간 진행되고 있습니다. 변협이 로톡의 서비스가 불법이라며 경찰에 고발 조치를 했고, 이에 대해 경찰이 범죄 혐의를 발견할 수 없다며 무혐의 결론이 났습니다. 그러나 변협은 로톡에 가입한 소속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섰고 해당 사안과 관련해 법무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출처 뉴시스
변협이 고발하면서 가장 화두가 되었던 부분은 ‘변호사 광고’와 관련한 부분이지만, 본 뉴스레터의 성격에 따라 그 부분은 제외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형량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 사건과는 무관하지만) ‘법률문서 자동작성시스템’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형량 예측 서비스 제공

사건 내용을 듣고 대략적인 형량을 예측하여 이야기 해주는 일은 ‘법적 분쟁에 관련되는 실체적, 절차적 사항에 관하여 조언 또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그 해결에 필요한 법적, 사실상의 문제에 관하여 조언, 조력을 하는 행위’에 포함되므로 ‘법률상담’에 해당합니다.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대가로 법률상담을 하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일정한 사건 정보를 입력했을 때 예상되는 형량을 결과 값으로 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법률상담 서비스에 해당합니다. 아직 AI의 행위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이므로 법률상담을 행한 행위자는 형량 예측 서비스 알고리즘을 설계한 사람일 것입니다. 결국 이 사람이 누군지가 쟁점이 됩니다.
알고리즘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되니 이 일을 변호사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형량 예측을 하는 논리구조는 언어로 되어 있으며, 요구되는 전문성에 따라 법률전문가가 설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일은 이러한 논리구조를 컴퓨터를 통해 구현하는 작업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형량 예측 서비스에 사용되는 논리구조를 설계한 사람이 변호사라면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대가로 법률상담을 하는 행위’라는 요건이 충족되지 않습니다.
만약 형량 예측 논리구조를 설계한 사람이 형법 교수라면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처벌대상이 될까요?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가 적용되려면 법률 상담이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형량 예측 논리구조를 설계하는 행위는 구체적 사건과의 연관성이 없고, 따라서 형법 교수가 설계하고 그 대가를 받아도 법에 저촉되지는 않습니다.
출처 STARTUPN
결국 형량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습니다. 변협이 리걸테크 플랫폼에 대해 적극적인 공격을 가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변호사의 직무를 대신하게 될 가능성 때문일 수도 있는데, 형량을 결정하는 일은 가치판단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인공지능이 대신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법률문서 자동작성시스템

법률문서는 기본적으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가 작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임대차계약서와 같은 표준화된 법률문서는 출판사 등에 의하여 출판되고 있고,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법률문서는 단순한 정보의 제공 측면에 머물러 있으므로 변호사가 제공하는 법률사무 내지 법률서비스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리걸테크 플랫폼에서는 이용자가 원하는 유형의 법률문서를 선택하여 기본적인 정보를 입력한 후 ‘예/아니오’라는 문답식 방법으로 옵션을 선택하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에서 이용자에게 적합한 법률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고 있습니다. 이용자의 필요에 맞추어 개인화된 과정을 거친다는 측면에서 인쇄되어 있는 기존의 법률문서와 알고리즘을 통해 만들어지는 법률문서는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법률문서 자동작성 서비스가 단순한 정보의 제공에 머물러서 변호사가 아닌 자도 할 수 있는 업무인지, 아니면 정보의 제공을 넘어 법률사무에 해당하는 법률서비스의 제공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즉 법률에서 법률사무 내지 법률서비스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고 변호사가 아닌 자에게 어느 한도에서 법률문서의 제공 내지 작성을 허용하고 있는지와 연관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데, 독일에서 비슷한 경우의 판례가 있습니다. smartlaw 법률문서 자동작성 플랫폼과 관련한 판례입니다. 이 사례에서 1심의 경우 법률문서 자동작성 서비스가 법률자문을 하는 것으로 인정했지만, 2심에서는 smartlaw에서 제공하는 문답식 프로그램이 정해진 질문과 예상되는 답변으로 구성되어 사전에 마련한 답을 제시하는 서비스라는 판단을 내려 법률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독일의 판례에 대해 변호사 업계에서는 변호사 업무의 상당한 부분을 리걸테크 기업에게 뺏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문서 자동작성 서비스에서 법률문서 초안을 이용자가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기는 하더라도, 그 내용이 최종적으로 적합한지에 관한 법적 검토와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률문서 자동작성서비스를 통하여 법률문서를 작성한 이용자는 변호사에게 법적 검토를 요청해야 하는 단계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변호사의 역할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출처 gettyimages

다가오는 변화를 앞두고

발전하는 기술과 그걸 받아들일 기존 업계 간 갈등의 예로 리걸테크와 이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두 입장의 차이를 두고 어느 쪽이 옳다고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것이 법률서비스 시장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주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법률 분야는 공공성이 짙어 그 갈등이 더욱 커지는 면모가 있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공공성과 윤리가 강조되는 영역일수록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불가침의 영역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산업 종사자도 무조건적인 반대를 외치기보다, 다가오는 변화와 현명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성자 : 서명섭)

Reference

정혜욱(2022), “리걸테크의 적법성에 관한 연구”, 『중앙법학』, 제24집, 제2호.
이병준(2023), “법률문서 작성 리걸테크 플랫폼의 법적 문제-독일의 smartlaw 판결을 중심으로”, 『저스티스』, 제194권, 제2호, pp.97-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