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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인격권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내릴 수 있지만, “아바타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활동을 하는 3D 기반의 가상세계”라는 정의가 일반적인 이해에 가까울 것입니다. 여기서 아바타는 메타버스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가상세계의 참여자는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서만 가상세계에 거주하고 활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타버스가 등장한 이래로 지금까지 아바타의 법적 지위에 대한 크고 작은 고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는 인간을 대신하기 때문에, 가상세계 내에서 아바타와 다른 아이템 사이에 법적 지위의 차이가 존재해야 하지 않는지, 나아가 인간의 인격성을 아바타에게까지 부여해야 하지 않는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출처 CCTV NEWS

아바타 인격성, 고민해 봐야 할 물음들

우선 아바타의 인격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가상세계 참여자와 아바타 사이에 특별한 심리적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바탕에 놓여있습니다. 참여자들은 아바타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바타를 통해 가상세계에 거주하고 활동하며, 아바타에게 일어난 일을 실제 자신에게 일어난 일로 느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아바타가 자신의 아바타에게 동의하지 않는 성적 의미의 움직임을 취할 때, 그 대상이 되는 아바타의 조종자는 그것을 자신에 대한 행위로 여기게 됩니다. 이때 특별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격적 해악을 경험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아바타에게 발생한 일을 조종자에 대한 성적 인격권 침해로 보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메타버스 이용자의 인격을 아바타에까지 확장하려는 시도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옹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반론에 답을 해야 합니다. 우선 가상세계의 아바타는 실세계의 이용자가 갖는 정체성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아바타의 외모, 성별, 나이, 인종 등을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고, 인간의 외모를 취할 필요도 없으며, 실제 나라면 시도하지 못했을 모험과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렇게 실세계의 이용자와 가상세계의 아바타의 정체성이 서로 현격하게 다를 수 있다면, 어떻게 이용자의 인격이 아바타에까지 확장된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아바타 인격성을 긍정하는 입장에서는 현대의 자아정체성이 관계와 맥락에 따라 변화해가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기에, 정체성이 반드시 지속성이나 일관성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답을 합니다.
그렇다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정체성을 한 인격과 한 주체의 정체성이라고 파악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법에서 인격 또는 주체 동일성의 확인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용자 내면의 심리적 사실에만 근거하는 것은 불완전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아바타와 자신의 동일성을 보증해 주는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아바타의 인격성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질문에 어떠한 답을 내놓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News Tap
이외에도 여러 가지 생각해 볼 물음들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아바타를 통해 지각 작용을 하긴 하지만, 이 현상은 로그인 상태에서만 일어납니다.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로그인 상태에서 사용자가 컴퓨터 등의 연결장치로부터 잠시 벗어나 있는 동안 아바타는 가상세계 내에 그대로 존재하는데, 아바타를 통한 지각 작용은 멈추게 됩니다. 실제 세계에서 우리 몸은 지각 작용을 멈출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몸과 아바타의 중요한 차이입니다. 이런 차이는 인격성이라는 속성을 인정하는데 사소한 것일까요? 로그인 상태에서 사용자와 아바타가 연결되어 있는 조건에서만 인격성이 확장되는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한다면, 다음과 같은 물음도 발생합니다. 인격성이라는 것이 임의의 결정에 따라 존재했다가 사라질 수도, 혹은 확장되거나 축소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한 걸까요?
그리고 인격성 주장의 기초가 되는 아바타와 이용자 사이의 심리적 관계가 일률적이지 않다는 점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아바타에 쏟은 시간과 돈이 많을수록 그에 대한 애착도 증가할 것입니다. 또 가상세계가 몰입의 경험을 어느 정도로 제공하느냐에 따라서도 애착의 정도는 차이가 날 것입니다. 몰입의 경험은 기술력, 가상세계 환경, 세계관의 매력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가상세계의 성격에 따라 애착의 정도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사전에 설정된 규칙에 따라 행동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제한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후자에 가까울수록 애착이 강해지기 쉽습니다. 이렇게 이용자마다 캐릭터에 대한 자아 일체감이 다른 상황에서 인격권을 동일하게 부여할 수 있을까요?

마무리하며

본 글에서는 아바타의 인격성을 긍정하는게 옳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답을 내놓기보다,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자 하였습니다. 가상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익숙해진 우리가 이런 논의를 접하며 스스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해당 주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인격이란 무엇이고,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재고해보는 기회로 삼기를 바랍니다.
(작성자 : 서명섭)

Reference

이영록(2023), “메타버스 아바타의 법적 지위 - 인격성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서울법학』, 제31권, 제2호.
김현귀(2022), “가상인간의 인격에 대한 법적 고찰”, 『미디어와 인격권』, 제8권, 제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