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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3D 디스플레이의 조건

최근 비대면 소통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비대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붙인 서비스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가상공간속의 아바타로 사회적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붙는다.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실 ‘아바타’가 메타버스의 유일한 본질은 아니다. 오히려 메타버스는, 현재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웹(Web)의 공간형 버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2D 모니터를 넘어 3D로 정보를 얻고 소통할 수 있으면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자연 상태에서 3차원 공간에 사는 인간이 2차원에 비해 3차원 웹을 편안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인간의 3차원 행동을 컴퓨터가 인식하는데 한계가 없기만 하다면 3차원 웹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다양하고 많을 것이다. 공간형 웹의 시대로 점차 진행해 감에 따라, 3차원의 정보를 얻고 처리하고 출력하는 기술은 점점 중요해 지고 있으며,그 중 출력과 관련하여 생생한 3D 입체 영상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상적인 3D 디스플레이의 조건
우선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이상적인 3D 디스플레이란 무엇인지 그 궁극의 지점을 생각해 보면, ‘실제로 눈 앞에서 마주보며 대화하는 것과 차이가 없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눈앞에 아무런 기기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실의 배경 위에 상대(3차원 영상)가 마치 현실속에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하면 될 것이다(Convergence of on/offline). 그러면서도 당연히 이미지 품질이 높으면 높을수록 몰입감이 높아질 것이다(High resolution).
1) Convergence
최근 Meta Quest를 필두로 다양한 XR기기가 출시되면서 3D 영상을 출력하는 기기가 각광받고 있는데, 그들은 양안의 시차를 이용하여 3차원 영상을 구성한다. 따라서 양쪽 눈에 가까이 영상을 표시하는 NED(Near Eye Display)의 형태인데 이에 기반한 XR HMD들은, 경량화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무겁고 불편해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딱히 매력적이지 않다. 나 또한 뭔가를 얼굴에 착용하는 것, 내가 보는 것이 주변에는 보이지 않아서 바보처럼 손을 휘적거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외적인 요소를 차치하더라도, 게임이나 특수한 목적의 앱을 제외한 실행활 앱을 VR과 같이 사용자실제 주변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가상의 공간에서 실행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따라서 그래서 이상적인 3D 디스플레이는, 마치 사물처럼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현실공간에 괴리감 없이 겹쳐진 형태가 되어야 한다.
2) High resolution
맨눈으로 볼 수 있고 현실 공간에 괴리감 없이 어우러진다고 해도 해상도가 너무 낮아 이미지 품질이 좋지 않으면 굳이 고해상도의 2D대신 3D영상을 선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선명한 이미지가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는 다를 수 있다.
위 두 조건이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것은 아니지만, 3D 디스플레이가 활용될 상황 및 용도에 따른 각 조건의 중요성을 구분지어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다.
먼저 한 장소에서 정적인 활동을 할 때, 가령 책상에 앉아 회의를 하거나 뇌구조 모형을 이리 저리 돌려보는 등의 정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 때 사용자는 자신이 하고있는 주된 활동에 3D영상을 보는 것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므로 화면에 대한 집중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주변 환경보다는 영상 자체에 더 집중을 하게 되고, 고해상도의 이미지 품질이 매우 중요해진다. 가령, 학습 모형을 볼 때 3D 영상이 현실의 배경(책상) 위에 경계없이 겹쳐질 필요는 없지만, 실제 대상과 비슷하다고 생각될만큼의 고해상도의 이미지는 중요하다. 자유로운 조작만 가능하다면 책상 위에 나타난 뇌 구조 모형을 보는 것이나 책상 위의 특정 광학 상자 안에 나타난 뇌 구조 모형을 보는 것이나 크게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가 교육용 AR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기업중 하나인 zSpace의 높은 시장성이다. zSpace는 전용 모니터와 전용 펜, 전용 3D안경을 통해 학습자들이 학습내용과 관련된 내용을 3D모델로 볼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미국 현재 미국의 많은 학교 및 도서관을 중심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Light Field Display의 경우 안경도 필요 없고 현재 핸드트래킹을 통해 조작이 가능할 수 있으므로 zSpace와 같은 입체 영상 장치의 상위 대체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회의의 상황에서는, 모니터 앞에 앉아있다 하더라도 그 속에 실제로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현실감있는 고품질의 3D영상이 제공된다면 기기 자체의 형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위 사진의 액자처럼 보이는 것은 Lightfield Dissplay(대상이 반사하는 다각도의 빛을 모두 재현하여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장치)인 ‘Looking Glass’시리즈의 가장 소형 모델이다. 액자 크기의 상자 속에 실제로 사람 얼굴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실감나는 영상 재현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액자의 틀의 존재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사용자가 이동중이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도중 잠깐 주의를 전환하여 3D영상을 보게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 행동이 원래 하던 주 행동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면 좋을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실제 주변환경에 어우러져 사용자가 필요할 때만, 가령 알림이 울렸을 때, 잠깐 주의를 돌렸다가 금방 원래 하던 주 행동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가상의 정보를 현실 속에 자연스럽게 겹쳐 디스플레이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적합한 것이 자유공간상의 Volumetric Display*이다.
길을 가는 도중 경로를 잠깐씩 보거나 운동중에 메시지 알림을 보는 용도의 3D 영상이라면, 딱히 고화질일 필요는 없다. 이 상황에서는 화질보다 이용자의 실제 주변환경에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더 나아가 공간 인식을 통해 환경과 3D영상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배치하면 현실과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 질 것이고, 주 활동에 대한 몰입도를 더욱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연구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대면적화를 위한 기술 장벽을 극복하고 입자의 이동속도를 빠르게 하여 영상의 재현속도를 높이는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스마트글래스의 상위 대체재가 될 것이다.
*Volumetric Display는 공간상 이미지를 구현하는 화소로서 3차원 부피를 가진 픽셀 개념인 ‘복셀(Voxel)’을 형성하는 방법이다.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연구는 Optical Trap을 활용해 미세 입자를 좁은 공간 속에 가둔 후 그 입자를 빠르게 움직여 3D 영상을 표시하는 방법이다. Optrical Trap이란, 미세 입자를 향해 고밀도의 레이저를 쏘았을 때 입자의 모양이 레이저 빛의 산란을 일으키고, 그것이 빛의 상태를 변화시켜 입자를 움직이는 알짜힘을 갖게 하여 입자를 레이저 중심에 가두는 기술이다. 이는 스크린 같은 특별한 매질 없이도 자유공간상에 3D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장거리 투사에 유리하고 입자의 빛 산란은 모든 각도에서 일어나므로 다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영상의 대면적화 및 재현속도 등의 문제가 있고 아직 연구단계에 있는 기술이지만, 상용화되면 그 활용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맺음말>
많은 사람들이 3D 디스플레이의 기술고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마지막에 제시한 자유공간에서의 Volumetric Display가 완벽에 가깝게 구현된 후 보편화되어 스마트폰, PC등 모든 것에 스크린이 없어진 세상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때, 전자기기의 경량화부터 전력소모 효율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장점이 물론 많겠지만 단점도 존재할 것이다. 가령, 업무용 Zoom meeting을 할 때, 그다지 친근하지 않은 사이라면 실감나는 3D display로 보는 것보다 오히려 다소 저해상도의 2D 모니터로 보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기술 발전은 비가역적이므로 한번 보편화되면 다시 저해상도의 평면 모니터로 돌아올 일은 거의 없다. 이 정도 가벼운 수준의 단점은 무시하더라도, 분명 기술 발전에 따라 특히 인간성의 영역에 대한 침해가 생길 수 있고, 따라서 어느 정도의 기술이 인간에게 최상의 행복을 가져다 줄지 기술 발전의 궁극적 지향점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작성자: 김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