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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대의 소셜 미디어는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 VRChat 체험기를 중심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최근 우리가 몇 년간 사용해왔던 소셜 미디어이다. 소셜 미디어의 특징은 대부분 현실에서 마주하는 인간 관계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서비스이며, 익명성보다는 ‘현실의 정체성(identity)’을 뿌리로 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아무리 소셜 미디어에서 삶의 일부만을 보여주고, SNS 스타의 사진이 현실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소셜 미디어 속의 자아는 모두 ‘현실의 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의 나’를 소셜 미디어에서 어떻게 하면 더욱 잘 포장할지를 고민하게 되고, 때로는 잘 포장된 남들의 피드를 보며 부러움이나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보이스 채팅 프로그램 VRChat에서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모습과 정체성을 가지고 익명의 다른 사용자들과 교류를 하게 된다. 물론 이전에도 인터넷 커뮤니티, 랜덤 채팅 등 랜선을 기반으로 한 익명 소통 플랫폼은 늘 존재해 왔다. 오늘날 ‘부캐’ 열풍에서도 알 수 있듯,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계속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VRChat에서의 소통은 기존의 익명 소통 플랫폼들과 달리 3D 그래픽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Avatar)이 더욱 가시적인 모습으로 드러나고,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공간의 형태에 디테일이 추가됨에 따라 이전까지는 경험할 수 없었던 현장감이 현저히 늘어난다. 바디 트래킹과 보이스챗으로 다른 사람과 직접 실시간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낯설고도 새로운 경험을 전해준다. 이와 더불어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전 세계 사람들과 같은 플랫폼에서 만나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놀라운 현장감을 가진 VRChat만의 독특한 소통방식은 메타버스에서의 몰입 경험(immersive experience)이 기존 소셜 미디어의 교류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경험의 공간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현실에서 억눌렸던 자아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이들끼리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과연 메타버스 시대의 소셜 미디어는 ‘정체성’과 ‘익명성’ 중 어떤 특성을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까? VRChat을 플레이하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마치 현실에서 거리를 거닐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높은 몰입감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몰입감의 가장 큰 요인은 크리에이터가 구축한 세계를 거닐며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그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며 ‘친구’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모션과 창문에 뿌려진 빗물 하나하나가 실감 나는 공간과 융합하여 가상현실 속 캐릭터들을 현실처럼 느껴지게 만들었고, 이러한 점은 가상 공간의 이질감을 해소하여 현실 세계처럼 쉽게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만들었다.
실제로 VRChat을 통해 만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 또한 이러한 VRChat 내에서의 소셜 네트워크였다. VRChat은 예전에는 오픈 스페이스의 여러 공간을 돌아다니며 개인이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가상공간에서 친해진 친구들끼리 하나의 ‘무리’를 형성하여 익숙해진 사람들끼리만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가상공간의 네트워킹은 [나와 익명의 다수]의 관계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사실은 [하나의 친한 무리]를 형성하여 그들과 시간을 거의 보낸다는 점에서 현실 세계와 아주 유사했다.
VRChat을 비롯한 Social VR[높은 몰입감과 타 매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긴 평균 플레이타임(1000~10000시간)]을 가진 매체]에서 익명성은 사회 안전망의 일환으로서 작동한다. 가상 현실에서 현실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은 현실의 자아와는 상이한 가상 인격체를 형성하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유저에게 있어 현실의 자신과는 별개의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이들이 아바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현실의 인간상을 전혀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관찰된다. 따라서 현실의 자아와 가상현실의 가상 인격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Social VR 사용자에게 익명성은 현실의 자아와 가상 인격을 서로 분리된 상태로 보장하는 ‘방화벽’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 ‘익명성’은 사실 온전한 익명의 특성을 가지지 않는다. 스스로의 가상 인격을 현실에서의 자신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상 인격은 그저 아무렇게나 교체할 수 있는 익명의 가짜 프로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Social VR 플랫폼에서는 기존의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회피적인 태도나 책임의 유기, 공격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물리적인 현실에서는 개개인의 자유가 타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이를 원초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법과 제도의 사후 처리 성격 제재를 통해 사회의 질서가 유지된다. 그러나 컴퓨터 그래픽을 매개로 하는 순수 기술적인 소통의 영역에서, 그러한 피해는 원초적인 수준에서 저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상호작용은 결국 유저의 클라이언트에서 최종적으로 처리되며, 모두가 이론상으로 완벽한 기술적 안전장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VRChat에도 이를 위해 ‘Safety’ 기능이 존재하며, 때로는 VRChat의 유연성을 악용한 유저 간의 소프트웨어적인 공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피해를 클라이언트 단에서 막아낼 수 있다.
가상인격을 별도로 발전시킨 Social VR 사용자들은 가상 현실에서의 소통이 현실 자아에 원치 않는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면 가상 인격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여긴다. 따라서 가상 현실 커뮤니케이션에서 안전의 무결성이 단지 기술적인 도구만으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안전’의 범위 오로지 그 기술적 통로를 통한 상호작용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가상 현실에서의 익명성을 아주 중요한 가치이자 추가적인 사회 안전망으로써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저들에게 있어 정체성과 익명성에 대한 논의는 현실 자아와 가상 인격 사이의 독립성과 각각의 완전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들에게는 현실에서의 자신보다 가상 현실에서의 인격이 더 높은 다양성을 가지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Social VR 사용자들에게 현실 자아와 가상 인격은 어느 한 쪽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그 둘을 모두 포함하는 자아 인식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참고문헌
친구랑 같이 여행하기 VRog ( Vlog + VR) 【 VRchat 】 - Mawang
VRChat의 하루 - Mawang
Little Kid is too evil for Virtual Reality - Syrmor
'SNS'라는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