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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와 스테이블 코인의 미래

테라의 생태계는 “탈중앙화된 화폐를 만들고 싶다”는 비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담보 없이 알고리즘 기반으로, 탈중앙화된 화폐를 만들었다고 알려져 급격하게 성장한 테라 생태계는 ‘담보 없이 탈중앙화된 화폐’라는 똑같은 이유로 몰락하게 되었습니다.

테라 사태 요약

테라에 대한 공격은 아래와 같이 치밀하게 전개되었습니다.
3월
테라는 10조 원 가량의 비트코인을 매수해서 UST를 안정화하는데 사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4월
테라는 1.6조 원 가량의 비트코인을 축적합니다.
4pool이라는 새로운 스테이블 코인 pool을 공개하며 UST도 합류한다고 발표합니다.
5월
7일에 테라는 Curve 스와핑 프로토콜에서 1500억 원 어치의 UST를 4pool로 이전 시키기 위해 뺍니다.
10분 후, 공격자는 Curve에 남은 모든 UST(3500억 원)를 모두 매수하고 Binance에 매도합니다.
UST는 조금씩 페깅이 깨지기 시작하며 트위터에서는 테라를 공격하는 트윗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페깅은 어느정도 회복되지만 불안감이 고조되며 9일 저녁부터 다시 페깅이 깨지기 시작하여 10일 오전에 $0.694까지 떨어집니다.
그 뒤로 3일간 UST는 큰 변동폭을 보이면서 회복하는 듯한 움직임도 있었지만 결국 Luna와 UST 가격이 동시에 폭락하며 일부 거래소들은 거래를 중단하기 시작합니다.
12일, 테라의 블록체인이 멈춥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과 UST의 치명적인 단점

담보 기반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University of Calgary의 경영학 교수 Ryan Celemnts의 논문 “Build to Fail”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었습니다.
Clements는 위의 논문에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이들에 대한 수요가 있어야만 작동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Clements 교수는 UST에 관해서 “UST는 스테이블한 적이 없었고 다른 화폐를 통해 완전히 담보되지 않는다. 그리고 테라 생태계 내 UST의 유틸리티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운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테라 생태계의 주요 프로토콜들]
실질적으로 테라 생태계에서 앵커 프로토콜은 꾸준히 TVL(Total Value Locked, Defi에서 자본의 유입량을 의미하는 용어)의 50% 이상을 차지해 왔기 때문에 테라는 온전히 앵커 프로토콜로 만들어진 UST 수요로 성장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은 사용자들이 담보를 기반으로 대출할 수 있는 프로토콜로 유동성 공급자에게 20% APR(Annual Percentage Rate, 이자와 같은 개념)을 주며 Defi 프로토콜들 중 독보적으로 많은 APR을 주면서 수많은 UST를 축적했습니다. 그렇게 앵커는 한때 20조 원 규모의 TVL을 확보하여 테라 생태계는 이더리움 다음으로 TVL이 많은 블록체인으로 급부상하지만, 이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폰지라고 규명한 의견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앵커 Reserve 변화]
실제로 대출에 대한 수요가 유동성 공급자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테라의 앵커 reserve는 올해 초 350억 원이 빠졌으며, 2월 18일에 Do Kwon이 4500억 원을 reserve에 다시 집어넣으며 살리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결국 테라 생태계의 성장은 오로지 UST의 수요에 기대왔지만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앵커 프로토콜은 LFG가 reserve를 태우면서 유지했습니다. 결국 테라는 사용자들에게 돈을 주면서 확보한 UST의 인위적인 수요에 기반했기에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테라는 이 사태를 피할 수 있었을까?

공격에 이른 복합적인 요인들

Defi 회사인 Intelligible Technology의 VP, Ronald AngSiy는 이번 공격이 분명한 공매도 공격이라고 평했습니다. 이 공격의 타이밍은 복합적인 요인들을 감안하여 굉장히 치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AngSiy는 이번 공격에 영향을 준 요인들을 아래와 같이 꼽았습니다.
앵커의 APR이 18.5%로 낮춰지려고 했던 점
앵커의 경쟁 프로토콜들이 이번 여름에 다수 런칭되는 점
비트코인의 추락
테라가 Curve에서 UST를 빼내어서 유동성이 적었던 점
[비트코인 추락]
공격자는 테라가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구매해서 UST를 보조한다는 점을 알았기에,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매도해 UST의 안전성을 공격하여 테라가 reserve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테라는 다른 조직에게 비트코인을 빌려주고 UST를 구매했는데 그 조직은 받은 비트코인으로 바로 공매도를 해서 수익을 냈습니다. 공격자는 이번 공격으로 8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습니다.

라이벌이 주도한 공격?

이번 공격에 연루되었다고 예상되는 조직들은 BlackRock과 Citadel입니다. 두 조직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큰 펀드들로 실제로 이번 공격에서 사용된 자금을 감안하면 충분히 신빙성 있는 추측입니다.
여기서 또 주목할 만한 점은 BlackRock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4월 12일에 Circle에 4000억 원을 투자해 USDC의 현금 준비 관리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USDC는 USDT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명목화폐 담보 기반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BlackRock이 다른 스테이블 코인과 최근에 파트너쉽 관계를 맺은 것은 어쩌면 이번 공격으로 단순히 테라 생태계의 약점을 파악하고 이윤을 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에서 테라와 UST의 존재를 눈엣가시로 본 경쟁자들에 의한 공격이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 공격은 버텼던 테라

상황을 다시 정리하자면 테라에 가해진 공격은 5월 7일과 8일에 공격자가 2850억 원 어치의 UST를 시장에 내던져 페깅을 깨뜨리며 시작되었습니다. UST는 5월 8일에 $0.98로 비교적 낮게 떨어진 후 5월 9일까지 $0.997로 어느 정도 가치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1.0은 며칠간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이 UST를 대폭 매도하기 시작하며 5월 10일에 $0.62까지 급락하였고, 결국 UST와 테라는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UST의 가격 변동]
여기서 주목할 점은 UST는 첫 공격을 비교적 잘 견뎠다고 해석할 수 있는 점입니다. 실질적인 추락은 며칠간 $1.0 페깅 실패로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이 매도와 공매도를 반복했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패닉셀링과 더불어 며칠간 UST는 페깅을 회복하지 못해 대중의 신뢰가 바닥나게 되었고, UST는 추락하게 되었습니다.

테라의 그릇된 장치들

테라의 생태계는 여러 공격과 시장의 흐름에 대비해서 UST 안정화 장치들이 있었지만, 이들 중 조정이 더 필요한 정책들이 있었습니다.
Luna 민팅 제한
UST의 안정화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한 정책 중 하나는 하루에 1000억 원 어치 이하의 UST가 Luna 민팅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다른 담보 기반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UST는 Luna라는 자체 토큰으로 안정화를 추구하기에 UST의 수요를 줄이는데 제한을 둔 점이 UST의 회복을 늦췄습니다.
LFG(Luna Foundation Guard)의 reserve를 비트코인에 올인한 점
LFG는 UST를 다른 자산을 통해 방어할 필요성을 느꼈고 3월부터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추후 더 다양한 가상화폐들을 reserve에 두어 UST의 안전성을 확보한다고 했지만 폭락하기 전까지도 비트코인에만 올인했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지난 한달간 많이 떨어지자 UST도 같이 불안정한 자산이 되어 비트코인만 매수한 결정이 UST의 몰락에 크게 작용했습니다. 만약 다른 가상화폐들도 비축해두었다면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앵커의 과도한 APR
그리고 테라의 심장인 앵커 프로토콜 또한 테라 생태계의 단기적 확장에만 집중하여 지속되기 어려운 20% APR을 추구했기에, 폭발적인 성장만큼 리스크도 몹시 컸습니다. 좀 더 낮은 APR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조금 더 천천히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포스트-테라 시대의 스테이블 코인과 크립토 생태계

이렇게 한때 가상화폐 시총 6위에 있었던 테라 생태계는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20% APR의 앵커를 기반으로 성장한 테라는 명백한 폰지였습니다. 초반에 LFG reserve를 태워 폰지를 보조하면서 생태계를 키운 후 추후에 안정화시키려고 했던 전략으로 보입니다.

요동치는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

[USDT의 추락]
UST의 급격한 추락 이후 다른 스테이블 코인들 또한 불안정한 차트를 보였습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USDT도 12일 $0.96까지 추락했었습니다.

규제 강화 예상

최근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되었습니다. 미국의 재무 장관 Janet Yellen은 스테이블 코인이 우리가 수백 년 경험해왔던 뱅크런과 같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SEC와 영국의 HM Treasury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크립토 투자자들이 돌아보게 된 계기

AngSIy는 “많은 크립토 투자자들이 Luna와 UST가 며칠 만에 무너지는 것을 보며 가상화폐 중 실제로 안정적인 투자가 무엇인지 다시금 고려하게 되었다. 이 산업 전체가 어쩌면 하나의 큰 스타트업이고, VC들만 투자했던 굉장히 리스크가 큰 분야가 아닌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종말?

과연 앞으로 탈중앙화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볼 수 없게 될까요? Do Kwon은 5년 전, 이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고 합니다. 테라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순간도 테라를 따라 런칭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가 다수 운영 중입니다.
Near Protocol의 USN
Thor Chain의 Thor.USD
Shade Protocol의 $SILK
Waves Protocold의 $USDN
위 프로젝트들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위 프로젝트들이 테라가 보완했어야 했던 담보 도입과 reserve의 다각화 같은 시도들을 통해, 테라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아니면 테라와 마찬가지의 길을 걷게 될까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겠습니다.
Writer : 이아담
Editor : 오혜원, 민효식

Definition

APR - Annual Percentage Rate의 줄인말로 이자와 같은 개념
Bank Run (뱅크런) - 단기간에 다수의 사용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는 것
Depegging (디페깅) -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이 의도하던 가격에서 벗어나는 것
Do Kwon - Terra 창업자, CEO
LFG - Luna Foundation Guard, 테라 생태계를 보조하고 지원하는 단체
Pegging (페깅) -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을 유지하는 것
Reserve - LFG의 펀드 자금
SEC - 미국의 금융 감독원
TVL - Total Value Locked. Defi에서 자본의 유입량을 의미하는 용어
USDT - 테더 생태계의 US 달러를 페깅한 스테이블코인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