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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너란 녀석 아직도 모르겠다.

메타버스 개념과 유형에 관한 시론 가능세계 이론을 중심으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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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정, 이진, 윤혜영.(2021).메타버스 개념과 유형에 관한 시론 : 가능세계 이론을 중심으로.인문콘텐츠,(62),57-81.
*본 글은 ‘윤현정, 이진, 윤혜영.(2021).메타버스 개념과 유형에 관한 시론 : 가능세계 이론을 중심으로’를 참조하여 재구성한 글입니다.
‘메타버스’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메타버스는 과거 웹 2.0 논의와 함께 차세대 3D 웹으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플랫폼의 대중화로 그 관심이 사그라들었습니다. 이는 기술이 대중화되기 위해선 기술의 고도화뿐만이 아니라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맥락을 획득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최근에 와서 메타버스가 다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4차 산업 혁명이라는 기술적 변화와 포스트 코로나라는 시대적 요구라는 사회적 맥락이 있었기 때문이죠.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허구적 상상력에서 출발한 메타버스는 디지털 시대의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 등장한 용어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미래를 상상하고 전망하기 위한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어떤 것 위에’, ‘초월의’라는 뜻을 갖는 ‘메타’라는 전치사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것이 아래에 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혹은 그것이 초월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 과거의 메타버스 논의가 그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메타버스 논의도 현재의 기술을 기반으로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전망을 포함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 메타버스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참 곤란합니다. 그것은 메타버스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대상을 지칭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현상을 아우르는 범주의 개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기술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현실을 매개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메타버스가 등장할 수 있죠.
메타버스는 시공간 및 자원의 제약을 벗어나 새로운 현실을 만들 수 있는 비어있는 세계로서의 가능성을 지닙니다. 가상세계와 구분되는 가상현실*로서의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가능세계 이론을 적용해 메타버스를 유형화해봅시다.
*윤현정, 이진, 윤혜영.(2021)에서는 가상세계와 가상현실의 차이는 각각 가상의 기술적, 물리적인 측면과 경험적인 측면을 의미하는 데 있다고 보았으며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가상세계에 참여함으로써 참여자가 실제로 다른 세계에 있다고 믿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먼저, 가능세계 이론은 현실세계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성을 탐구하는 이론입니다. 가능세계 이론은 허구적 세계를 실제세계의 모방이나 재현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자주적 세계로 바라봅니다. 허구세계란 반드시 현실을 지시하는 세계가 아닐 수 있으며 현실의 어떤 실제를 지시하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세계로 구성될 수 있는 세계죠. 가능세계 이론은 현실과 가상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메타버스의 다양한 형태를 포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방법론이 될 수 있습니다.
가능세계 이론은 다음의 세 가지 세계를 구분합니다. 현실적 세계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인 실제세계(Actual World), 텍스트상에 구현된 세계인 텍스트 실제세계(Textual Actual World), 텍스트 실제세계에 포함되진 않지만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텍스트 지시세계(Textual Reference World)가 그것입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활동하는 사용자들이 인식하고 경험하는 세계가 결국 텍스트 지시세계라는 측면에서, 이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메타버스를 이해하는 데 더욱 중요합니다.
윤현정, 이진, 윤혜영.(2021).메타버스 개념과 유형에 관한 시론 : 가능세계 이론을 중심으로.인문콘텐츠,(62),66.
그리고 이 세 세계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유형을 독립형, 액자형, 경계형, 대체형,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메타버스 자체가 아니라 메타버스 내의 사용자 인식 및 활동에 따른 유형화라는 점에서 중요하며 하나의 메타버스도 여러 유형에 속할 수 있습니다.
독립형 메타버스(Standalon - Type)
독립형 메타버스에서는 실제세계(AW)와 독립된 독자적인 세계관과 법칙을 바탕으로 하는 텍스트 실제세계가 존재합니다. 이는 오늘날의 디지털 게임을 포괄하는 가장 전통적이며 익숙한 메타버스 유형으로 독립형 메타버스에서 사용자들은 일종의 새로운 세계 안에서 활동하고 경험하며 자신들만의 의미를 생성해나갑니다.
, 독립형은 개발자가 제시하는 세계관 안에서 일어나는 최초의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들을 포괄할 뿐 아니라,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 사건들을 사용자가 세계관 안에서 일으키고 경험하는 일련의 맥락들을 포함합니다.
독립형에서는 사용자들의 텍스트 지시세계가 실제로 개발자가 구현한 텍스트 실제세계의 경험을 넘어 다양한 플레이의 생성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행동한 만큼만 경험되는 독립형 세계의 특성상 사용자가 텍스트 지시세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경험하려고 할수록 사용자가 실제로 경험하는 텍스트 실제세계 역시 확장됩니다. MMORPG인<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게임형 가상세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액자형 메타버스(Frame - Type)
액자형 메타버스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이 속한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세계를 생성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새로운 세계의 생성을 경험한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실체가 있는 세계, 즉 다른 사용자도 경험할 수 있는 텍스트 실제세계를 생성한다 뜻입니다. 액자형에서 사용자는 메타버스에서 제공되는 도구와 자신이 속한 텍스트 실제세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텍스트 실제세계를 생성합니다. 사용자 주도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는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입니다.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독립형으로 분류하는 것도 가능하나 그 핵심이 높은 자유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액자형 메타버스의 대표적 사례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로블록스>에서도 사용자는 게임 개발 도구인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통해 원하는 게임을 자유롭게 만들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액자형 메타버스에서 사용자가 텍스트 실제세계를 생성하고 이를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면 메타버스의 콘텐츠 공급은 개발자보다는 사용자 주도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는 해당 메타버스가 하나의 세계로서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경계형 메타버스(Borderline - Type)
독립형과 액자형이 기존의 메타버스를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면, 경계형과 대체형은 미디어의 개인화와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사회적 변화와 함께 더욱 주목받고 있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경계형 메타버스는 텍스트 실제세계가 실제세계의 일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실제세계와 텍스트 실제세계가 중첩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텍스트 지시세계는 실제세계와 텍스트 실제세계의 경계에서 생성됩니다.
경계형 메타버스의 등장과 확산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애플리케이션의 발달, SNS의 일상화라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포켓몬고>입니다. 실제 세계에 이미지를 중첩해 텍스트 실제 세계를 만드는 증강현실 기술은 기존에도 존재했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에야 비로소 성공한 콘텐츠가 등장할 수 있었죠. ‘스노우(SNOW)’와 ‘틱톡(TIKTOK)’과 같은 앱 역시 카메라 미디어를 활용하여 개인의 사진이나 영상을 변형시켜 텍스트 실제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앱들은 실제 모습을 기반으로 하지만 ‘나보다 나은’ 혹은 ‘나와 다른 나’의 이미지들을 만들어냅니다. SNS의 경우 사람들과의 네트워크에 있어서 실제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는 공간이기보다는 사용자가 보여주고 싶은 특정한 페르소나를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SNS를 구성하는 개인의 편집된 삶의 이미지들은 이를 보는 사용자가 어떤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용자가 SNS를 통해 경험하는 텍스트 지시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계형 메타버스에서는 실제세계를 기반으로 텍스트 실제세계가 만들어지며, 실제세계와 텍스트 실제세계의 경계에서 텍스트 지시세계의 경험이 발생합니다.
대체형 메타버스(Substitution - Type)
대체형 메타버스에서 텍스트 지시세계는 사용자가 일상을 영위하는 실제세계와 일치하거나 실제세계를 지향합니다. 텍스트 실제세계가 실제세계의 경험과 활동을 대체하게 되는 것이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 삶 전반에서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회문화적 맥락이 형성됐습니다. 재택 근무의 확대, 화상 회의 시스템을 통한 교육, 온라인 공연과 전시가 그것을 보여주죠. 구글어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구의 공간을 디지털로 복제한 <어스2(Earth2)>, VR을 활용해 전 세계 미술관 및 갤러리의 전시를 촬영 및 아카이빙한 가상 전시 플랫폼 <이젤(EAZEL)>, 화상 회의 시스템인 Zoom 모두 대체형 메타버스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가능세계 이론을 바탕으로 한 메타버스 유형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우리의 물리적인 세계는 자원과 공간의 제약으로 점차 축소되지만, 메타버스 속 텍스트 실제세계는 자원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세계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이 뒷받침되어준다면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세계인 것이죠. 이제는 새로운 현실을 상상하고 만들어 내는 것이 사회를 주도하는 힘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현실이란 메타버스가 실제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 텍스트 실제세계를 구성하는 기술과 미디어를 포함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개발자와 사용자라는 두 주체가 실제세계와 텍스트 실제세계라는 두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텍스트 지시세계를 생성하고, 경험하는 것, 이 순환에 메타버스의 본질이 있다고 하겠다.
이처럼 유형별로 형태는 다르지만 메타버스는 텍스트 지시세계의 경험과 생성을 공통점으로 합니다. 이러한 생성과 순환은 사용자들이 메타버스에 오래 머물도록 만들고, 메타버스의 생명을 연장한다는 점에서 메타버스 개발에서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기술과 사회의 변화와 함께 발전하는 ‘메타버스’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떠한 상상력과 기술이 만나 새로운 텍스트 지시세계의 경험을 만들어 낼지 기대됩니다.
작성자: 박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