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버추얼 존재들의 등장
다나 @imdanada (좌측) , Hololive 소속 사쿠라 미코 (중앙), NIJISANJI 소속 츠키노 미토 (우측)
메타버스 시대,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다양한 버추얼 존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기업의 상품을 홍보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부터 웹캠이나 VR 장비를 장착하고 유튜브, 트위치 등의 방송 플랫폼에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는 버추얼 유튜버, 심지어는 버추얼 아이돌까지 존재합니다. 특히 버추얼 아이돌의 경우, 적게는 노래를 부르는 방송을 송출하는 것부터 크게는 실제 가수처럼 앨범도 내고 콘서트도 개최하며 표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XREAL 주니어 3기 최종 발표세션 현장 사진
XREAL 리서치팀 소속 버추얼 아이돌 프로젝트팀(김동민, 김영민, 김종석, 이재니)은 지난 XREAL 주니어 3기 최종 발표세션에서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 매뉴얼: 오타쿠 문화 및 디지털 주체 구현 기술 메커니즘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피칭한 바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버추얼 유튜버 내지는 버추얼 아이돌이 되어 발표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줘 이목을 끌었는데요, 발표자가 말하고 움직이면 스크린상 디지털 이미지도 실시간으로 동기화되어 마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이런 그림은 생소한 장면이 아닙니다. 초반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실제로 버추얼 존재들이 고수하고 있는 방송 송출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버추얼 존재 중에서도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에 관하여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더해서 아직까지 버추얼 유튜버와 버추얼 아이돌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서브컬처 계열의 버추얼 유튜버인 경우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과 동일한 범주로 간주하고 아울러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서브컬처가 뭔데?
본래 서브컬처(Subculture)란 대중문화와 반대되는 하위문화, 소수가 향유하는 부분 문화를 의미합니다. 최근 서브컬처라는 용어는 좀 더 좁은 의미로, 일본의 하위문화 중에서도 만화-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을 칭할 때 쓰입니다. 추가로, 서브컬처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에 문화에 대한 이해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모에 문화란 일본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 오타쿠 매체에서의 등장인물을 향한 강한 애정을 의미하며, 이러한 모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특정 등장인물에게 소비자 입장에서 “모에!” 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산업적 기호, 모에 요소가 필요합니다. 모에 요소는 외모, 성격, 취향, 행동, 말투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아래의 기사를 인용하는 걸로 모에 요소에 대한 설명을 보충하고자 합니다.
“가장 유명한 (모에)속성은 '츤데레(ツンデレ)'다. 평소엔 호감을 숨기고 일부러 쌀쌀맞게 굴지만(츤츤) 이후 마음을 열거나 둘만 있거나 하는 상황에서 살갑게 구는(데레데레) 캐릭터를 일컫는다. 좋아하는 대상을 오히려 괴롭히는 아동의 행동 패턴과도 유사하다. 우리말로는 새침데기, 깍쟁이와 유사하다. 한국 문학 작품 중에도 츤데레 속성을 가진 캐릭터가 많은데 '동백꽃'의 점순이, '소나기'의 소녀, 그리고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도 츤데레다. 아니메 중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가 대표적인 츤데레 캐릭터다. 주요 대사는 "따, 딱히 널 위해 한 일은 아냐" 등이 있다.”
홍성윤, “모에(萌え)가 모예요?”, 매일경제, 2017. 03. 04.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 열풍현상
전 세계 Youtube Super Chat 수익 순위 (https://playboard.co/)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 내지는 버추얼 유튜버는 전세계 유튜브 Super Chat 수익 순위 1위(₩4,165,286,845원), 더해서 상위 10위권 안에 무려 8명이 진입했습니다. 현재 해당 산업에 국내/해외 구분 없이 대거 진출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잠재력과 사업성을 각광받고 있습니다.
왁 엔터테인먼트 소속 이세계 아이돌 데뷔곡 ‘RE:WIND’ MV의 한 장면
국내에서의 열풍도 굉장합니다. 트위치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한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 아이돌’은 데뷔곡 공개 당시 벅스 차트 1위를 해냈고,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2023년 2월 12일 기준 1,318만회를 달성하며 아이돌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전멤버가 Youtube 구독자수 20만명 이상이며, 스트리밍시 평균적으로 시청자수 5,000명 이상을 넘길만큼 그 인기가 엄청난데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걸까요?
인기의 비결
Hololive 소속 아마네 카나타 방송 캡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만화-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사이보그, 요괴, 천사 등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환상적인 설정을 가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스트리밍하고 콘서트까지 개최하는데, 심지어는 시공간에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의 일방향적인 아니메 덕질의 한계점을 극복해내며 마니아들의 흥미와 팬심을 끌어냈습니다.
일부 창작에 뜻이 있는 마니아 팬들은 자신의 최애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 방송 중 재미있는 장면을 짤막하게 편집해 만든 영상을 Youtube에 투고했습니다. 해당 영상들은 알고리즘을 타서 대중의 관심까지도 얻어내며, 서브컬처 영역의 일부를 대중적인 영역으로 편입시키고,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낮고, 기술적인 부담 없이 진입할 수 있었던 점도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 시장 활성화에 한몫하였습니다. 2D 그래픽 기반 소프트웨어 Vtuber Studio, 3D 모델링 기반 소프트웨어 VSeeFace 등과 같이 노트북 혹은 데스크톱, 웹캠만 구비되어 있으면 손쉽게 버추얼 아이돌을 구현할 수 있는 무료 소프트웨어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더해서, 모델링-모션-보정 기술의 발달로 더욱 정교하게 아이돌을 구현할 수 있어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끌어냈습니다.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 페르소나
물론 모든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픽으로 외적인 모에 요소를 충족했다고 해도, 배우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입니다. 따라서, ‘나카노히토(中の人)’의 역할이 더할 수 없이 중대합니다. 여기서 나카노히토란 버추얼 유튜버 혹은 버추얼 아이돌의 2D/3D 모델 뒤에서 자신의 캐릭터 설정에 이입해 연기하는 현실의 사람을 의미합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현실의 모습을 숨긴 채로 활동하고, 팬덤 역시도 나카노히토의 본래 신분을 알아보길 지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에서 연기하는 나카노히토든 시청자든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의 세계관에 몰입하여 해당 세계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개의치 않고, 그 자체로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서브컬처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방영중인 소녀 리버스와 같이 서브컬처 영역을 대중적인 영역과 융합하는 시도와, 기존의 서브컬처 공식을 따라서 어필하는 MCN 기업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도전의 성패 결과와 관계없이 국내 버추얼 아이돌 시장을 풍부히 함에 기여할 긍정적인 도약으로 여겨집니다. 추후에 국내 서브컬처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지 정말 궁금한데요, 다양한 도전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치고 더 성숙한 모습으로 반겨주길 고대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작성자: 이재니)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