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EAL
Vision
🕋

종교계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이유

이 글에서는 종교계와 메타버스의 관계를 탐구하지만, 메타버스를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종교계의 구상을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함의점을 도출해내고자 합니다. 다양한 종교 중에서도, 현재 메타버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기독교의 논의를 중점적으로 고찰합니다.
이 글에서 사용하는 메타버스는 크게 두 가지 의미입니다. 첫 번째는, 이상적인 기술의 지향점으로써의 메타버스입니다. 이는 아직 구현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구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나의 방향성입니다. 또 하나는, 이 방향성에 다다르기 위해 오늘날 개발되는 여러 서비스들을 폭넓게 이르는 의미입니다. 때에 따라 유연하게 해석하면 충분합니다.

종교계가 메타버스를 바라봐야 했던 이유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면서부터는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형태의 큰 변화 없이 사회의 중추 역할을 해 왔던 종교도 코로나 19가 불러온 팬데믹 이후 모습의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온라인 예배가 시행되는 식으로요.
(그림=갓포스팅 김수영 작가)
그러나 온라인 수업을 비롯한 여러 온라인 컨텐츠들이 그러하듯, 단순히 웹으로 중계되는 형태의 예배는 신도들에게 몰입감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팬데믹 이후 기독교 성도 수가 약 20% 줄었다는 통계 자료도 등장합니다. (코로나19 이후 기독교인 20% 이상 감소…헌금도 줄어 (newsis.com))
그러나 온라인 예배가 단점만을 드러낸 것은 아닙니다. 비록 이제는 대면 예배가 허용된다고 하지만, 기독교계는 더욱 더 발전한 형태의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종교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딱딱하고 구시대적일 것만 같은 종교계와, 현대성의 최전선을 달리는 산업의 결합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존 이미지와 달리, 종교계는 기술 도입에 의외로 적극적이었습니다. 바티칸박물관은 VR 박물관 관람 투어를 시도했으며(링크), 최근 AR을 통한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도 있었습니다.(링크) (김상인, 2022)

메타버스만의 장점?

1. 종교 의식에서..

우선 메타버스는 쉽고 빠른 종교 의식의 중계를 지원합니다. 메타버스라는 산업이 더욱 활성화가 되어 감에 따라, 이제 실시간 중계 기술은 많은 기업에서 이전보다 훨씬 높은 품질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또한 메타버스는 상호 작용에 있어 여러 유용한 도구를 제공해줍니다. 단순한 일방향적 중계에서 벗어나, 청취자들은 설교가 진행되는 중에도 자신의 의견을 간단히 남길 수 있습니다. 또한 딱딱했던 종교 활동을 벗어나, 마음에 드는 구절을 짧게 잘라 영상으로 공유하며 신도 간의 즐거운 신앙생활을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재천, 2022)
이를 통해서 우리는 정보 전달에 있어 기존의 ‘강의식’이었던 일방적 소통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러 온라인 스트리밍에서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남기고 서로의 의견에 대해 실시간으로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 받는 모습을 한번쯤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유의미한 영향을 가져올지는 지켜볼 만한 주제입니다.

2. 종교 전파에서..

전도에 있어서도 메타버스는 강력한 대상지입니다. 자신의 ‘브랜드’를 구축해 다른 이들에게 종교를 전파할 수 있다는 점은 종교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장성배, 2021) 브랜딩이라는 말에서도 엿볼 수 있듯, 종교인으로서 형성된 하나의 정체성을 내세울 수 있다면 더욱 설득력 있을 것입니다. 역시 메타버스 내의 ‘아바타’가 갖는 가장 중요한 특성입니다. 사용자는 자신이 드러내고 싶은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할 수 있으며, 이로써 하나의 정체성을 내세움으로써 원하는 방식의 삶을 살아가기 좋습니다.

3. 종교 교육에서..

또한 종교 교육 활동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메타버스가 특장점을 발휘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당연하게도, 메타버스의 초연결성입니다. 이는 1번 항목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격 간의 연결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사회적으로 분리된 여러 집단들에 대한 결속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최근 종교 교육에서는 “교사와의 분리, 학생 상호 간의 분리, 교재와의 분리, 가정과의 분리, 학교와의 분리, 지역사회와의 분리” 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박상진, 2017) 현실 사회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느끼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메타버스는 기본적으로, 공간적으로 분리된 이들을 연결해 줍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간적으로 다른 축을 살아가는 세대를 연결해 줄 수 있는 매개이기도 합니다. 당장 기성 세대들은 디지털 생활방식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즉 디지털과의 상호 작용에 이물감을 느끼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익숙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젊은 세대와 ‘연결’되고자 하는 기성 세대의 노력의 장입니다.
한편으로는 ‘학습자 중심의 자기 주도적 맞춤식 교육’을 꼽습니다. 전통적인 종교 교육은 교사 중심의 탑 다운(top-down)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원하는 주제 및 단계에 따른 교육 현장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가 변해야 한다는 말은 우리가 입버릇처럼 하는 주장임에도, 지금까지 많은 시도가 학교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진 못했습니다. 교실 책상을 ‘ㄷ’ 자 혹은 ‘와이파이(WiFi)’ 모양으로 배치한다 하여 교사가 중심에 놓이고 학생들은 주변에서 이야기를 듣는 근본적인 도식이 변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위계질서로부터 벗어난다는 측면에 주목해 본다면, 메타버스는 교육 현장 자체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는 소통이 중심이 된다는 점입니다. 사실 오늘날 이야기되는 메타버스, 즉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한다고 하여 그 자체로 이 명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메타버스가 추구하는 방향성 및 최근의 기조를 이와 연관지어 생각해 본다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DAO, 탈중앙화 등, 기존의 위계질서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살펴보면, 모든 단계에서 구성원들의 합의가 중심이 됩니다. 어쩌면 가장 수직적인 구조로 보이기도 하는 종교계에서 이러한 메타버스적 시도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차용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은 굉장히 고무적입니다.

고려해야 할 점

다만 무시할 수 없는 단점들 또한 존재합니다. 메타버스 기술 자체가 인류 사회에 미치는 역할 자체는 차치하더라도, 미시적으로도 ‘메타버스’를 통한 연결이 과연 온전하고 몰입도 있는 형태인지 따져 봐야 합니다. 종교 연구가들은 “장소보다 중요한 건 진심”이라는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장소의 무의미성을 논하는 (장성배, 2021) 한편, “현장에서 진행하던 것들이 약화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지하고 있습니다.(김성중, 2022) 역시 그들이 지적하듯, 메타버스가 하나의 도피처로써 현실 세계의 조악한 모조품이 된다면 위험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가상세계로 전환된, 영화 ‘매트릭스’ 이전의, 즉 현실과 가상이 병존하는 시대에는 분명 균형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관심들

비단 기독교만 메타버스에 관심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불교에서도 메타버스를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매력적인 매개체임에 주목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박재철, 2022), 인도네시아의 한 연구자는 이슬람 체계가 메타버스 내 경제 체계와 어떻게 양립 가능한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Nafiah, 2022) 새로운 세계의 지평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되는 메타버스는, 선교지 이상으로써 그 자체로 인문학적, 종교적 고찰과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글을 나오며..

물론 많은 이들이 그렇듯, 메타버스에 대해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SNS를 메타버스로 혼동하여 논의를 전개하는 경우도 때때로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급하였듯, 전통을 대변하는 종교계와 혁신을 대변하는 메타버스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거니와, 이 둘이 서로 융합되려는 시도는 우리가 관심을 두고 지켜볼 만합니다. 어찌되었건 XREAL 2기 한태구 회장이 2022 XMC Fall 행사를 통해 이야기했듯, 이제 메타버스는 하나의 현상입니다. 연결성, 위계질서를 깨 나가는 메타버스는 분명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뒤집어 놓을 것입니다. 종교계를 비롯하여 우리가 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작성자: 최민우
참조문헌
김상인. (2022). [새 시대를 위한 사목 발상] 복음화의 새로운 공간 메타버스. 사목정보15(4), 2-5.
김성중. (2022). 메타버스 이해를 통한 교회교육의 원리와 그에 따른 적용점 연구. 선교와 신학57, 231-260.
박상진, 『기독교 교육과정의 새로운 패러다임: 머리의 교육에서 마음의 교육으로』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 출판부, 2017), 202-203.
박재철. (2022). 한국 불교중흥을 위한 불교정보시스템 구축과 불교기반 지식인 역할. 한국교수불자연합학회지28(1), 139-157.
이재천. (2022). 코로나 19 가 남긴 새로운 사목 실험: 메타버스와 교회. 사목정보15(4), 53-56.
장성배. (2021). 만인사명자직과 메타버스 선교 모델 연구. 신학과세계, (101), 139-180.
Nafiah, N. (2022). Internalisasi Nilai Ekonomi Islam sebagai Ekosistem Ekonomi di Era Metaverse. Journal of Islamic Economics (JoIE)2(1), 8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