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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과 전시가 만나면?

조선시대 가옥 룸투어 해본 사람?
작년 11월, XREAL 리서치팀 소속 XROAD 프로젝트 학회원들(서명섭, 이다솔, 허가영, 허민준)은 눈앞에서 직접 조선시대 가옥을 보고 왔습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서 조선시대의 ‘골목길 ㅁ자집’을 VR 체험으로 생생하게 탐방한 것인데요. 참가자 모두 “VR 시뮬레이션을 통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처럼 기술이 전시 분야에 적용되어 관람객에게 새롭고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가치가 발현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XROAD 프로젝트 팀원들은 ‘XR 전시’라는 큰 주제 아래, 앞선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포함해 프로젝트 기간 내 총 3곳의 XR 전시장을 방문하며 전시 관람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리서치를 진행하였습니다. 이후 인터뷰와 사례 조사 등 면밀한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XR 전시의 현황 분석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주제로 XR 전시 리포트를 작성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얻어낸 인사이트를 정리해 뉴스레터 구독자분들께 공유해드리려 합니다.
XROAD 팀원들이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서 VR 체험을 하는 모습

XR전시의 등장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디지털 가상 공간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장소를 확장하였고, 이를 갖가지 방식으로 향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XROAD 팀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사용할 ‘XR 전시’라는 용어를 ‘현실 세계를 확장하여 감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정의해 보았습니다. 이에 따른 XR 전시란 공간적 개념을 직접 다루는 AR, VR부터 디스플레이나 웹을 이용하는 뉴미디어 아트, NFT, AI까지 메타버스의 하위 개념으로 분류된 기술이 적용된 전시를 지칭하게 됩니다.
전시는 작품·조직·공간·관람객의 유기적인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활동의 결과물입니다. (이보아, 2002) 다만 지금까지 지속되어온 전시의 경우 작품 배치가 작품의 형태와 미술관의 고정적인 공간적 특성에 의해 제한된 형태였고, 결국 관람객이 선형적 공간에 따라 작품을 수동적으로 관람할 수밖에 없는 형태였죠. 또한 미술관의 작품 보유량에 따라서 전시관의 상업적 성패가 크게 좌우되었기 때문에 주어진 예산안 안에서 한정된(혹은 예측할 수 있는) 효용만 제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XR 전시의 등장은 기존 전시와 구별되는 새로운 효용을 획기적으로 제공해줍니다. 기존 전시가 선형적인 구조에서 이루어졌다면, XR 전시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여 다원적인 감각을 제공해줍니다. 나아가 더 이상 관람객과 작품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기에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양 방향적인 관람이 가능합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XR 전시가 기존 전시와 비교해 두드러지는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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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 전시의 특징

몰입감
XR 전시 공간은 가상성, 증강현실, 디지털 디스플레이 등에 의해 다차원적으로 구성됩니다. 그래서 기존 전시보다 집약적이고 효율적인 배치가 가능합니다. 이는 작품을 창조해낸 작가의 의도를 더욱 잘 반영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주변 환경(context)과 작품이 더 잘 어우러지도록 합니다.
기존의 선형적 구조를 탈피한 작품 배치는 작품에 대한 관람객의 몰입감과 사실적 경험을 높입니다. 또한 작품 전시에 내러티브를 부여하여 관객의 흥미를 더 키우고, 관람객이 느끼는 전시 경험의 질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XR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여 몰입감을 높이려는 실험적 전시를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몰입감 향상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미디어 풍요성’에 관한 설명입니다. (송원철 외 2인, 2022)
미디어 풍요성
미디어 풍요성과 감각적 몰입
다양성
매체의 다양성과 미디어의 풍요성은 관객에게 기존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VR, AR, 멀티스크린, AI 등 다양한 매체는 전시의 폭을 넓힙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전시마다 독특한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기획자도 조금 더 자신의 의도에 맞춘 전시를 구상할 수 있습니다.
참여성
기존 전시와 다르게 XR전시는 작품 자체와 상호작용하고 능동적으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뤄지는 쌍방향적 관람은 관람객에게 더 많은 흥미를 주며, 특히 각각에게 서로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관객의 행동에 따라서, 혹은 누가 참여했는가에 따라서 각기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셈입니다.
참여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관객들이 직접 조작해서 저장된 작품을 경험하는 방식
관객들이 전시에 참여해서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
게임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관람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고 회차마다 리셋하는 방식
XR 전시에서 전시는 관객들과 작품 간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생산성
XR전시는 AI 기술을 이용하여 일회성 전시를 벗어나 상황에 맞게 재생산될 수 있습니다. 재생산성이란 앞선 참여성에서 더 나아가 작품이 관객과 상호작용하여 재생산 되거나, 혹은 AI기술을 통해 상황에 맞추어 작품이 작품 스스로 재생산을 할 수 있는 IT적 특성입니다.
XR전시에서의 재생산성은 기존 전시회와는 다르게 작품이 작가만의 관점으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관객 등에 의해 작품이 설계되고, 때로는 우연성에 의해 작품이 생산됩니다.
이러한 특성은 관객들에게 관람마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므로 지속가능한 전시를 개최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XR 전시 사례 : POETIC AI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4가지 특성이 잘 드러나는 XR 전시 사례를 하나 소개해볼까 합니다.
작년에 그라운드시소 명동에서 개최되었던 ‘포에틱 AI’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되는 디지털 페인팅 미디어아트 전시로, 이스탄불 기반의 뉴미디어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오우치(OUCHHH)의 대표 프로젝트들을 선보였습니다.
디자이너, 건축가, 엔지니어, 과학자, 크리에이티브 코더, 미디어 아티스트 등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는 오우치는 ‘지식이 곧 경험을 창출한다’는 비전 아래, 다양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술의 미래와 그 예술이 전할 수 있는 경험의 가치를 재정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오우치의 작품들은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빛·물리학·시공간 등에 대한 무수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들은 이를 예술, 그중에서도 디지털 아트로 재해석하는 첨단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데이터의 예술화’라는 생경한 개념에 오우치만의 기술력과 영감을 더해 비주얼 퍼포먼스로 구현해낸다는 점이 기존 미디어아트 전시와의 차별점입니다.
Chapter 1. POETIC AI : AI의 시적 여정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집필한 서적을 분석하고 재해석해 시청각 콘텐츠로 변형시킨 프로젝트
Chapter 2. AI LEONARDO : AI로 만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150억 개의 입자로 구성된 AI 브러쉬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보티첼리와 같은 이탈리안 거장들의 걸작을 조명
Chapter 3. AI DATA PAINTING : AI 데이터의 향연
<데이터의 파편>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아나톨리아 지역의 고대 유적지를 30억 개 픽셀의 스컬프처로 구현
<차원의 문턱에서>
→ NASA의 AI 천문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외계행성'이라는 초현실적 시공간을 제시
<뮤지션의 영감>
→ 뮤지션의 뇌파 활동을 인식해 비주얼 퍼포먼스로 표현하는 프로젝트
<암흑 속 충돌>
→ 아원자 입자의 충돌이라는 차원의 개념을 비주얼 아트로 제작

XR 전시가 갖는 가치는?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던 기존의 전시에서 벗어나, XR 기술은 ‘전시’ 자체의 고유한 가치를 부여한다.
XR전시는 기존 전시와 비교되는, 장점으로 이어지는 특성들을 지닙니다. 그리하여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던 틀에서 벗어나 ‘전시’ 자체의 고유한 가치를 부여하죠. 여기서 말하는 고유한 가치란 작품이 아닌 전시가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XR 전시는 화려하고,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가치가 길고 실물이 남는 고미술이나 현대 예술의 전시에 비해 순간의 화려함만을 즐기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XR전시를 통해서 관객들이 전시회를 재방문하게 만들고, 전시회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XROAD 팀에서는 이를 ‘지속 가능한 전시’라고 명명하여 이러한 전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강구하고 제안해보고자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시나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방학 프로젝트에서는 관람객 개개인의 입장에서 오로지 내가 존재해야만 완성되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어질 XREAL의 새로운 프로젝트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작성자: 허가영)
[참고 문헌]
이보아. (2002). 박물관학 개론.
송원철, 정동훈, 황동욱. (2022). 메타버스와 미디어 풍요성: UI 디자인이 사용자 경험에 미치는 영향. 지식경영연구 제23권 제2호, 8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