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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메타버스와 게임을 구분할 수 있나요?

들어가며

MMORPG 게임을 아시나요? MMORPG는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대규모의 플레이어들이 같은 게임에 접속하여 플레이하는 게임입니다.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롤 플레잉을 하며 논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와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은데요, 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던 와중 작년 7월 28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metaverse)의 현황과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아래와 같이 메타버스와 게임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아바타를 조정한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는 게임과 비슷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과 해야 할 일이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니라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개방형 구조라는 점, 본인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가상세계는 종료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 구성원의 합의나 서비스 제공자의 불가피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가상세계는 처음으로 리셋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게임과 메타버스의 차이점이다.”
같은 해 12월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게임과 메타버스는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이에 메타버스에 가장 적극적인 게임회사들은 규제 이슈로부터 한숨 돌린듯 한데요, 그렇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메타버스와 게임은 정확하게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메타버스와 게임의 차이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아직 제각각이지만 한국정보처리학회지에 따르면 메타버스란 ‘현실의 나를 대리하는 아바타를 통해 일상 활동과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3D 기반의 가상세계’라고 합니다.
따라서 게임도 넓은 의미에서는 메타버스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 정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게임과 달리 메타버스에서 플레이어가 일상활동과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정해진 규칙과 맵 안에서 한정적인 경험을 하는 게임과 달리 메타버스는 사용자가 자유롭게 맵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심지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여 기여할 수도 있는 높은 자유도가 메타버스를 게임과 구분짓는 가장 큰 특징이라는 거죠.

메타버스의 무한한 확장성

가장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의 예시로는 미국의 에픽게임즈에서 개발한 포트나이트(Fortnite)가 있습니다. 포트나이트는 게임이지만 이제는 메타버스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한 플랫폼으로, 시작은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에서 시작했지만 유저들의 요구에 따라 게임 내 커뮤니티 가상공간인 ‘파티로얄’을 오픈했습니다. 이후 해당 공간에서 미국의 유명 가수인 트래비스 스캇의 공연을 진행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현재는 여러 유명 회사들의 제품 아이템을 게임 안에서 판매하면서 커머스 플랫폼의 형태를 띄고 있기도 합니다.
배틀로얄 게임으로 시작해서 트래비스 스캇 콘서트까지 진행하는 ‘포트나이트’
이처럼 포트나이트는 게임에서 시작했지만 거시적 트렌드와 유저들의 요구에 맞추어 현실과 가깝게 무한하게 확장되기 때문에 기존 게임들과 구분이 되며,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2019년 팀 스위니 CEO는 “포트나이트는 게임인가, 플랫폼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게임”이라고 대답하면서도, 곧이어 “하지만 12개월 후에 다시 질문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4개월 후, 트래비스 스캇의 콘서트를 주최하면서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게임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넘어서서 다른 유저들과 공연을 감상하고 수다를 떨며, 물건을 사기도 하는 일상 생활의 전반을 가상세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메타버스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메타버스에서 옷가게를 차린다면?

또 다른 차이점은 바로 플랫폼 내 ‘경제 주도권’에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메타버스에서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게임 제작사’가 아닌 ‘플레이어’에게 있기 때문에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플레이어는 자유롭게 아이템을 제작해서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입을 올린 뒤, 현실세계와 메타버스 플랫폼을 자유롭게 오가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서 한국 대학생들이 게임을 개발해서 2억을 벌었다는 기사도 나왔을 만큼, 플레이어들은 가상공간에서 직접 콘텐츠와 아이템을 제작해서 판매하고 이를 현금화 시키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구찌’ 역시 최근 로블록스 내에서 한정판 가방을 판매하면서 이 가방이 35만 로벅스(한화 약 460만원)까지 오른 사례도 있었습니다.
로블록스에서 460만원에 팔린 '구찌 퀸 비 디오니소스’
이처럼 게임 내에서는 사이버머니로 아이템을 거래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메타버스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가게를 차려서 옷을 판매하고 이를 현실세계에서 현금화시켜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과 철저하게 분리되었던 게임과는 달리 미래에는 ‘메타버스가 밥 먹여주는’ 사회가 올 수도 있는 것이지요.

나오며…

정의 상으로 봤을 때 현실세계에서 이뤄지는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는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점을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이 발전하는 단계인만큼 현재로서는 안타깝게도 MMORPG 게임과 큰 차이가 없는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대부분이며, 경제 생태계 역시 서비스 사용자 숫자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로블록스’나 ‘포트나이트’와 같은 주류 플랫폼이 아니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메타버스 생태계가 더 커지고 다양한 시도들이 적용될 수 있도록 메타버스와 게임을 구분짓는 명확한 정의와 사회적 합의, 그리고 그에 따른 규제가 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작성자: 홍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