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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verse on Edutech

Pixar(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Soul(소울)을 아시나요? 유명 애니메이션 Up(업), Inside Out(인사이드 아웃)을 연출한 영화감독 Pete Docter은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Soul이라는 영화를 기획했다고 합니다.[1] 인생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주인공 Joe와 22의 여정 중에 The hall of everything(만물의 전당)이라는 장소가 나옵니다. 이곳은 영혼들이 지구로 내려가기 전에 자신만의 Spark(불꽃)를 찾기 위해 요리, 승마, 소방관 체험 등 원하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며 영감을 받는 공간입니다. 이를 보며 저 공간이야말로 자신의 미래를 탐색하고 방향을 설정해나가는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의 열정과 시간을 온전히 바치고 싶은 자신만의 Spark를 찾을 수 있는 공간과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2021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중 희망 직업이 없는 학생들은 ‘(1순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서(중 50.2%, 고 49.5%)’, ‘(2순위) 내가 잘하는 것(강점)과 못하는 것(약점)을 몰라서(중 24.4%, 고 18.5%)’와 같은 이유로 직업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2] 또한 진로에 도움이 되고, 향후에도 계속하고 싶은 진로 체험유형으로 중학생과 고등학생 모두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현장직업체험형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학생 수에 비해 통솔과 관리를 담당할 전문 교원 인력이 부족하고, 자본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현장직업체험 진로 활동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본의 제약이라는 이 대단히도 현실적인 한계와 변명의 해답을 찾기 위해 기술로 눈을 돌려보려고 합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교육에도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에듀테크(Edutech)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교육에 ICT 기술을 접목해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또는 교육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데 활용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진로 체험의 경험을 확장하고, 교육의 기회를 다각화할 수 있는 에듀테크의 가능성을 메타버스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왜 메타버스인가?

아래의 Edgar Dale의 ‘경험의 원추’ 모형은 추상적 매체와 구체적 매체를 활용한 교육을 구분한 것으로, 여기서 각 면적은 교육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상대적으로 교육 시간을 적게 요구하는 언어와 시각 매체들이 현재 교육 콘텐츠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습에서 최상의 결과는 피라미드의 가장 아랫단에 해당하는 작업을 실행하거나 실제 경험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행하여 학습(Learning by Doing)’하는 학습자에게서 나온다고 밝혔습니다.[3]
Dale의 해당 모형은 미국행동과학연구소(National Training Laboratories)에서 학습 피라미드 모델로 발전되었습니다.[4] 학습 피라미드(Learning Pyramid)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한 다음에 24시간 후에 머릿속에 남아 있는 비율을 피라미드로 나타낸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읽은 것은 10%, 들은 것은 20%, 본 것은 30%를 기억할 수 있는 반면에, 실제 경험을 수행하면 75%, 서로를 가르치면 90%를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학습자가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학습 효과에 중요한 요소인지 보여줍니다. 따라서 시각적으로 학습하고 직접 경험하며 배움의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메타버스는 효과적인 교육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수 학습 이론에서도 메타버스의 효용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 교수 학습 이론 중에서 상황학습, 체화된 인지, 가상실재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상황학습(Situated Learning)]
상황학습은 구성주의 교육철학에 바탕을 둔 이론입니다. 구성주의의 기본 가정은 ‘학습은 학습자의 경험에 기초하여 학습자의 머릿속에 구성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황학습이란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경우, 학습자가 지식이 발생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지식과 기술에 대한 학습을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해당 이론은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수설계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메타버스는 실제와 가장 유사하게 모방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지식을 형성하고 몰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체화된 인지 논의는 몸과 마음을 분리하는 전통적 인지과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의 마음, 몸, 활동,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에 주목하여 이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Barsalou, 1999).[5] 조금 더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이는 몸으로 느끼고 경험한 감각이 인지(관념)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체화된 인지 이론의 지지자들은 인지 형성과 인지 능력 이해에 있어 신체가 하는 능동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강조합니다. 메타버스는 사용자에게 온전한 몰입감을 가지고 순간 순간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하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가상환경 및 가상의 객체와 상호작용하고, 학습자의 인지 형성과 지식 습득에 높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상실재감(Virtual Presence)]
가상실재감은 가상환경에 자신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감각을 의미합니다. 이는 가상현실이 얼마만큼 실제와 같이 구현되어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교육에 적용하자면, 온라인 혹은 가상 현실 콘텐츠상에서 이루어지는 학습 환경이 마치 실제 공간에서 학습하는 것과 유사하게 느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는 인지적 실재감, 온라인 수업에서 다른 학생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소통하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회적 실재감 등이 포함됩니다. 메타버스는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사회적 실재감을 높이고, 앞서 언급한 학습 피라미드 이론에 따라 상호작용이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현재 교육 콘텐츠의 한계

김상균 저서 스쿨 메타버스에서 현재 교육 콘텐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편적이라는 점에 있다고 지적합니다.[6] 이는 개별 콘텐츠의 퀄리티 혹은 적극적인 투자와는 별도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또한 VR 콘텐츠, 인공지능 콘텐츠 뿐 만아니라 에듀테크의 모든 콘텐츠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과 관련된 XR 콘텐츠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학생들은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VR, AR로 재현된 100년 전 상해임시정부에 들어가 보고, 백범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곁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2019년 11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 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민들에게 제공한 콘텐츠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콘텐츠의 체험 이후의 과정이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기껏해야 해당 부분의 역사 과목 문제집을 펴고 문제를 풀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도 동일한 경험을 공평도시유적 전시관에서 느꼈습니다. 공평도시유적 전시관에는 옛 집터를 VR 콘텐츠로 복원하여 집의 구조와 구조물들에 대한 교육 정보를 제공하는 체험 시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신나고 설레는 마음으로 VR 체험을 시작했지만, 해당 체험이 끝난 후에는 막상 공허한 느낌만이 남았습니다. 잠시 콘텐츠를 체험하며 감탄을 한 뒤 암기식 학습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교육 콘텐츠가 유의미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콘텐츠 하나의 퀄리티를 아무리 높여도 해당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콘텐츠 앞뒤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엮여 하나의 연계형 학습 콘텐츠가 제공되도록 하는 상위의 기획, 제작이 필요합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의 콘텐츠 구성을 위한 3가지 제언

스쿨 메타버스 저서에는 교육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하고, 효과적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3가지의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콘텐츠 기획과 구성에 있어서는 경험의 연결성, 데이터의 연결성, 그리고 응집성 확보가 필요합니다.
[경험의 연결성]
경험의 연결성은 각 학습 과정의 목적에 따라 학습자를 지원하는 매체와 콘텐츠가 결합되도록 콘텐츠 연동을 기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교육 활동은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목표 설정에서부터 평가, 피드백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제시합니다. 교육 목적을 중심으로 다양한 기기와 학습 경험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연동되는지에 집중해야 교육목적 달성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데이터의 연결성]
경험의 연결성 외에도 데이터 간 연결을 구현하는 상호운용성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VR 콘텐츠로 화학 반응에 대한 실험 학습을 했다고 생각해봅시다. 학습을 수행하는 동안 학습자가 유난히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되었던 과정이나 어려워하는 개념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저장합니다. 그렇다면 학습 이후에 학습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고, 보충하기 위해 해당 데이터를 활용하여 선별적으로 맞춤형 학습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학습자 중심으로 말하자면 학습 단계에서 상세한 정보를 누적하고, 수집된 정보를 적절한 단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데이터 수집의 범위가 넓어지고 정밀도가 높아집니다. 사용자의 행동, 콘텐츠 내에서의 상호작용 등이 모두 데이터로 수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용자의 데이터와 데이터 간의 연결, 또한 데이터와 학습 도의 상호운영을 통해 학습자의 학습 효과를 증진할 수 있습니다.
응집도
Human-Computer Interaction(HCI)은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HCI를 설계할 때는 실재감, 기인점, 응집도 등을 요소를 핵심적으로 고려합니다. 그중에서 응집도란 한 모듈 내의 구성 요소 간의 밀접한 정도를 의미합니다. 콘텐츠 응집도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수많은 사용자가 한 공간에 모였어도 하나의 독립적인 콘텐츠를 각자 체험하고 돌아가 버리는 방식이라면 응집도가 0에 가깝지만, 단지 서너 명이 모여도 각자의 경험이 함께 엮인다면 응집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경험 연결까지 온전히 기획했을 때 메타버스 콘텐츠로서의 의미가 생깁니다. 따라서 응집도는 상호작용이 코어 밸류인 메타버스에서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입니다.

글을 마치며

주변 친구들과 요즘 들어 취업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일찍부터 찾아 열심히 달려가는 친구도 있는 반면, 아직도 열정을 쏟고 싶은 대상을 찾지 못한채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수능이 끝난 지금 서로 다른 결과에 누군가는 눈물짓고, 누군가는 웃음 짓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대학을 선택할 때, 그리고 직업을 선택할 때 얼마나 그 결정에 확신이 있었을까요? 그 선택이 가져올 자신의 내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현재 대한민국의 제도권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높은 비율로 대학교에 진학합니다.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학과를 선택해야하고,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는다면 직업을 선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옷을 입어보지 않고 사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 경우는 환불에 꽤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며, 시험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던 학생들에게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의 희망 직업과 직무를 선택하라는 요구는 조금 당혹스러울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아직 자라나는 중고등학생들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탐색하는 대학생들이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직업을 몰입감 있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경험과 사람을 연결하는 메타버스는 영화 Soul의 The hall of everything이자 새로운 교육의 혁신을 이끄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1] "SOUL-비하인드/인터뷰" 2020, https://youtu.be/tSKy5LwfJ88
[2] 교육부. (2022). 2021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 발표. 교육부 보도자료, 2.
[3] Dale, E. (1969). Audiovisual methods in teaching.
[4] Goga, C. I., & Serban, I. (2018). Methods used in the Educational Process: A Theoretical and Empirical Perspective.
[5] Barsalou, L. (1999). Perceptual symbol systems.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22 (4), 577-660.
[6] 김상균, 박기현. (2022). 스쿨 메타버스. 테크빌 교육